전기차로 차박 가능한가? 모델별 실사용 후기 정리
전기차로 차박하는 시대, 정말 현실적인가?
최근 몇 년 사이 차박(차량+숙박)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으면서, 캠핑카와 SUV 중심의 차박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2024년을 지나면서부터 새로운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바로 ‘전기차 차박족’의 등장이다. 일부 사람들은 전기차는 차박에 부적합하다고 단정 짓는다. 배터리 방전 문제, 히터 사용의 제약, 수납공간의 한계 등을 이유로 든다. 그러나 실제 전기차 오너들의 사용 후기를 보면, 이 같은 고정관념이 반드시 맞는 것은 아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공회전 시 연료 소모가 거의 없고, 전기 히터 및 에어컨 사용 시 효율이 뛰어나며, 플랫한 실내 구조를 가진 경우가 많아 차박에 적합한 측면도 많다. 또한 차량 내부에 220V 인버터 또는 V2L(Vehicle to Load) 기능이 탑재된 모델은 간단한 전자기기 사용이나 조명 연결도 가능하다.
이 글에서는 전기차로 차박이 실제 가능한지를 차량 모델별 실사용 후기를 중심으로 정리하고, 전기차 차박 시 꼭 고려해야 할 점들과 추천 모델을 소개한다. 차박을 고려 중이거나, 전기차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실제 유저들의 생생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테슬라 모델Y – 에어컨 차박이 가능한 유일한 차량?
테슬라 모델Y는 전기차 차박의 대표 주자로 자주 언급된다. 가장 큰 이유는 ‘캠핑 모드(Camp Mode)’ 기능 덕분이다. 이 기능을 활성화하면 차량 내부 온도와 습도, 공기질을 일정하게 유지해주고, 디스플레이와 USB 전원도 계속 활성화된다. 실제 사용자들은 겨울철이나 여름철 모두 캠핑 모드를 활용해 차 안에서 하루 종일 머물렀다는 후기를 남기고 있다.
한 테슬라 오너는 2024년 1월, 강원도 홍천에서 영하 10도 날씨에 차박을 시도했다. 모델Y의 캠핑 모드를 켜고 잤으며, 아침까지 차량 내부 온도가 22도를 유지했다. 이때 소모된 배터리는 약 10% 내외였고, 차량 내 결로도 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모델Y는 뒷좌석을 접으면 완전 플랫에 가까운 공간이 확보돼, 2인 기준으로 충분히 차박이 가능하다.
다만 모델Y는 프렁크 공간이 작고, 정식 침대 키트는 따로 판매되지 않기 때문에, 차박을 본격적으로 즐기려면 별도의 매트리스와 수납 시스템 구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전기차 중 가장 안정적이고 쾌적한 차박이 가능한 차량임에는 분명하다.
아이오닉5 – 평평한 실내와 V2L 기능으로 차박 최적화
현대 아이오닉5는 전기차 중에서도 차박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차량이다. 3미터에 가까운 휠베이스 덕분에 2열 좌석을 접으면 완전한 평면 공간이 형성되고, 대부분의 유저들이 ‘실내 공간이 차급 대비 매우 넓다’고 평가한다. 또한 아이오닉5의 핵심 기능 중 하나는 바로 V2L(Vehicle to Load)이다.
V2L 기능을 이용하면 차량 외부로 220V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어, 간이 전기장판, 조명, 전기포트, 미니 냉장고 등의 사용이 가능하다. 실제 한 유튜버는 2024년 가을에 강릉 해변에서 아이오닉5로 1박 2일 차박을 하며, 전기 그릴로 고기를 구웠다는 실험 후기를 남겼다. 배터리 잔량은 90% → 62%로 약 28% 사용되었으며, 전력 사용량을 조절하면 이틀도 가능하다는 결론을 냈다.
아이오닉5의 단점은 V2L 기능이 최상위 트림 또는 옵션 선택 시에만 제공된다는 점이다. 또한 여름철에 캠핑 모드와 같은 기능이 내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수동으로 공조 시스템을 설정해놓고 수면을 취해야 한다. 이로 인해 배터리 효율은 테슬라보다는 다소 낮을 수 있다.
기아 EV6 – 디자인은 스포츠카지만 차박도 된다?
기아 EV6는 스포티한 디자인과 주행 성능 덕분에 ‘운전 재미’로 주목받는 전기차다. 하지만 의외로 차박 용도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EV6 역시 아이오닉5와 같은 플랫폼(E-GMP)을 사용하므로 V2L 기능이 제공되며, 좌석을 접으면 상당히 플랫한 공간이 확보된다.
2024년 여름, 한 부부는 제주도 일주를 EV6 차박으로 진행하며 유튜브에 기록을 남겼다. 이들은 차 안에서 3박 4일을 지냈으며, 포터블 에어컨, 휴대용 냉장고, 노트북 충전을 모두 차량 전력으로 해결했다. V2L은 평균적으로 1박 기준 6~8kWh 소모되며, 이는 전체 배터리의 약 15% 정도라고 한다.
EV6의 단점은 헤드룸(천장 공간)이 낮은 편이기 때문에, 성인 남성이 실내에서 상체를 일으키거나 자세를 바꾸는 데 다소 불편함이 있다는 점이다. 또한 뒷좌석 시트 접힘 각도가 100% 평평하지 않기 때문에, 추가 매트리스 세팅이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V6는 디자인과 실용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차박족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전기차 차박 시 주의해야 할 점과 모델 선택 팁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과 구조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차박 시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첫째, 배터리 방전 우려다. 차박 중 히터, 공조, 조명, 전자기기를 오래 사용할 경우 배터리가 급속도로 줄어들 수 있으므로, 반드시 차박 전 배터리를 90% 이상 충전해두는 것이 좋다. 둘째, 전기차는 공회전 중 소음이 거의 없어 좋지만, 공조 시스템 작동음은 일정 수준 발생하므로 민감한 사람은 귀마개 등을 준비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한 일부 전기차는 차박 모드(캠핑 모드)가 없기 때문에, 수동으로 조작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공조를 켠 상태에서 문을 열면 시스템이 꺼지는 차량도 있어, 이럴 경우 차문을 열기 전 시스템 설정을 다시 해야 하는 불편함이 생길 수 있다.
모델 선택 시에는 실내 공간의 평평함, V2L 유무, 배터리 효율, 공조 지속성, 차박 모드 탑재 여부를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테슬라는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아이오닉5와 EV6는 다기능 전원 활용 중심으로 차박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전기차 차박, 이제는 가능성을 넘어 실전이다
과거에는 전기차는 주행거리나 전력 공급의 한계로 차박이 어렵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2025년 현재, 테슬라 모델Y, 아이오닉5, EV6 같은 최신 전기차는 차박에 충분히 활용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
특히 캠핑 모드와 V2L, 넓은 실내 구조는 내연기관 SUV 못지않은 숙박 경험을 제공한다.
다만, 차량의 성격에 따라 장단점이 명확히 나뉘기 때문에, 개인의 차박 스타일(정박/이동 위주), 동승 인원, 전력 사용량, 계절에 따라 최적의 모델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기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이제는 하룻밤을 묵을 수 있는 ‘움직이는 객실’로 진화하고 있다. 당신이 찾고 있는 조용하고 편안한 캠핑, 그 시작은 전기차 차박일지도 모른다.